난생 처음으로 고등어 대가리를 쳤다

냉장고를 여니 비린내가 확 풍겨왔다.
 
엄마에게 문자를 했다.  

고등어 냄새 난다. 구워먹을까? 

 

쟤 기름 두를 필요 없지? 

쬐금
쬐금이라는 말은 항상 어렵다.
엄마의 쬐금은 나의 1.5배 정도였으니 기름을 두르고 한 번 더 눌러본다. .. 찍찍?
 
후라이팬이 달궈진다.
이제야 눈길을 준다. 까먹고 있었다.
대가리를 쳐야하네.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맨 손으로 만진 녀석은 차갑고 건조했다.
도마 위에 올려 꼬리부터 자른다.
단번에 내려치는 생선가게 아지매를 상상했지만, 그녀의 세월을 흉내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슬근슬근 톱질하세.
머리를 본다.
사람의 목 정도의 위치부터 저기 지느러미 근처까지 절취선이 뵈이는 듯하다.
 
온수를 틀어 말라붙은 피를 씻겨준다.
따뜻해진다.
녀석도 사람이 온천욕을 하는 기분을 느끼는 걸까. 몸이 노곤하게 풀어진다.
바다냄새가 난다. 주문진에서 만난 20년 동안 티비를 본 역사가 없다던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후라이팬에 올렸다. 

내가 뒤집는 꼬라지를 보면 다들 깜짝 놀랄 것이다.
메치다... 둘러메치다... 메다꽂다.
메다꽂는다. 아주 정확한 표현이다.
어느 할머니가 아이고 아가씨! 이러믄 되나 내 손주 이래선 못 주것네, 등짝이라도 한 대 때릴 것 같다. , 할머니 딴 건 잘 해요!
 
오랫동안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몸과 불화했다. 

고등어도 어린 시절에 참 좋아했는데 몇 년 만에 먹어보는지 모르겠다.
 
삶과 죽음의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 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20년의 역사가 그 눈에 담겨있었다. 바다가 어른어른했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누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지은 시를 고등어와 나에게 읊어준다.